빛은 식물체에게 매우 중요한 환경요인이다. 빛은 광합성을 위해 필요할 뿐만 아니라 식물의 생장과 발달에 있어서 많은 중요 단계들을 조절한다. 빛에 의한 식물형태조절을 광형태형성(photomorphogenesis)이라고 한다. 또한 빛으로 인해 식물은 하루와 계절의 시간적 추이를 측정할 수 있다.
식물은 빛의 존재 유무만을 인지하는 것이 아니라 방향과 강도, 파장(색)도 인지할 수 있다. 작용스펙트럼(action spectrum)이라는 그래프는 특정 반응을 유발하는 데 있어서 다양한 파장의 빛이 내는 상대적인 효과를 나타내준다. 예를 들어, 광합성의 작용스펙트럼은 적색 파장의 빛과 청색 파장의 빛에 하나씩, 두 개의 피크를 가지고 있다. 이것은 엽록소가 가시광선 중 적색 파장과 청색 파장의 빛을 주로 흡수하기 때문이다. 굴광성 등, 빛에 의존하는 어떠한 반응에 관한 연구에서도 작용스펙트럼은 매우 유용하다. 다양한 식물반응의 작용스펙트럼들을 비교함으로써 어떤 반응들이 동일한 광수용체(색소)에 의해서 매개되는지를 결정할 수 있다. 또한 특정 반응의 작용스펙트럼과 특정 색소의 흡수스펙트럼을 비교하여 양상이 매우 유사하면 이 반응을 매개하는 광수용체는 바로 이 색소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작용스펙트럼들은 식물의 광형태형성의 조절에 적색광과 청색광이 가장 중요함을 보여준다. 따라서 과학자들은 두 종류의 광수용체를 제안하게 되었으며 이는 청색광 광수용체(blue-light photoreceptor)와 적색광을 주로 흡수하는 광수용체인 피토크롬(phytochrome)이다.
청색광은 식물에서 굴광성과 기공개폐 등 다양한 반응을 유발한다. 유식물이 땅을 뚫고 빛에 노출되면 나타나는 하배축 신장률의 감소도 청색광에 의한 반응이다. 청색광 광수용체의 생화학적인 특성은 매우 파악하기 어려워 1970년대에 식물학자들은 이를 '크립토크롬'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그리스어로 kryptos는 '숨겨진' 이라는 뜻이며 chrom은 '색소'라는 뜻이다). 1990년대에 들어와서 과학자들은 애기장대의 여러 돌연변이체들을 분석하면서 최소한 3가지의 상이한 색소들이 청색광을 흡수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분자 수준에서 DNA 복구 효소와 유사한 크립토크롬(cryptochrome)은 예를 들어 어린 식물이 땅 밖으로 처음 나올 때 일어나는 현상인 청색광에 의해 유도되는 줄기신장 억제에 관여한다. 포토트로핀(phototropin)은 단백질인산화효소로서 다윈이 곡류의 유식물을 재료로 연구했던 굴광성과 빛에 대한 반응으로 나타나는 엽록체의 운동에 관계한다. 포토트로핀 혹은 카로티노이드계의 광수용체인 제아크산틴(zeaxanthin)이 청색광에 의해 조절되는 기공개폐에 관여하는지에 대해서는 현재 논란이 있다.
식물에서의 신호전달 과정을 소개할 때, 탈황화 과정에서의 피토크롬이라는 식물색소의 역할에 관해 이야기한 바 있다. 피토크롬은 빛에 대한 식물의 여러 가지 반응을 조절한다. 두 가지 예로 종자의 발아와 음지회피에 대해 보도록 하자.
종자의 발아에 관한 연구를 통해 피토크롬이 발견되었다. 상추씨 같이 작은 씨들은 저장되어 있는 양분이 적기 때문에 환경 조건, 특히 빛 조건이 최적에 가까울 때만 발아하도록 되어 있다. 이러한 종자들은 종종 빛 조건이 충족될 때까지 몇 년 동안을 휴면 상태로 남아 있기도 한다. 예를 들어, 빛을 가리고 있던 나무가 죽거나 땅이 갈리면 종자의 입장에서는 빛 조건이 좋아지게 되는 것이다.
1930년대에 미국 농무부의 과학자들이 빛에 의해 유도되는 상추씨의 발아 과정에 대한 작용스펙트럼을 조사하였다. 물에 불린 씨들에 몇 분 동안 다양한 파장의 단색광을 비추고 다시 암소에 보관하였다. 이틀 후 각 파장의 빛에 의해서 발아된 종자의 개수를 세었다. 그들은 660nm 파장의 적생광을 비춘 경우 상추씨의 발아율이 가장 높았으며 가시광선 영역 바로 밖의 근적외선(730nm)을 비춘 경우는 반대로 빛을 처리하지 않은 경우보다도 발아율이 낮았다. 상추씨에 잠시 적색광을 비춘 후 다시 잠깐동안 근적외선 파장의 빛을 비추면, 혹은 반대로 잠시 근적외선을 비추고 다시 잠시 적색광을 비추면 어떻게 될 것인가? 마지막에 비춘 빛에 의해서 씨의 반응이 결정된다. 즉, 적색광과 근적외선의 효과는 가역적이다.
적색광과 근적외선의 반대되는 효과를 매개하는 광수용체가 바로 피토크롬이다. 피토크롬은 빛을 흡수하는 색소포(chromophobe)로서 작용하는 비단백질 부분과 이에 공유결합하고 있는 단백질로 이루어져 있다. 현재까지 애기장대에서는 5개의 피토크롬이 발견되었으며 이들은 단백질 성분에 있어서 약간의 차이를 보인다.
피토크롬의 색소포는 광가역적으로 빛의 색에 따라 두 가지의 이성질체 형태로 상호 전환된다. Pr 형태의 피토크롬은 적색광을 잘 흡수하고 Pfr 형태의 피토크롬은 근적외선을 흡수한다.
Pfr은 빛에 대한 다양한 반응들을 유발한다. 예를 들어, 적색광을 받은 상추씨의 Pr은 Pfr로 전환되어 발아에 필요한 여러 세포 내 반응들을 자극한다. 적색광을 받은 씨가 다시 근적외선을 받으면 Pfr은 Pr로 전환되어 발아를 억제하게 되는 것이다.
자연 상테에서 빛에 의해 유도되는 발아는 피토크롬 전환기작으로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식물은 Pr 형태로 피토크롬을 합성하고 씨가 암 상태에 놓여 있으면 이 색소는 거의 Pr 형태로 존재한다. 그러나 씨에 태양빛이 조사되면 피토크롬은 적색광을 포함한 태양빛의 모든 파장의 빛을 받게 되고 많은 Pr 형태의 피토크롬이 Pfr 형태로 전환된다. Pfr 형태의 피토크롬이 나타나는 것이 바로 식물이 태양빛을 인지하는 하나의 방법이다. 즉, 씨가 처음으로 적절한 태양빛에 노출되면 Pfr이 생겨 발아가 유도된다.
피토크롬 시스템은 또한 식물에게 빛의 질(quality)에 관한 정보를 제공해 준다. 태양빛은 적색광과 근적외선 모두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낮시간 동안 Pr과 Pfr의 상호전환은 평형에 이르게 되고 이때 두 형태의 피토크롬 양의 비율은 적색광과 근적외선의 상대적 비율을 의미한다. 이러한 정보로 식물은 빛의 질 변화에 대하여 반응한다. 상대적으로 강한 빛을 필요로 하는 나무에서 보이는 '음지회피반응'을 예로 들 수 있다. 숲에서 다른 나무들이 이 나무에 가려 빛을 제대로 받지 못하게 되면 위쪽의 나무들에 의해 근적외선보다는 적색광이 많이 흡수되기 때문에 이 나무에서는 Pr 형태의 피토크롬이 상대적으로 많아진다. 이것은 빛을 가리고 있는 나무들의 잎에서 엽록소가 적색광은 흡수하고 근적외선은 흡수하지 않고 통과시키기 때문이다. 적색광과 근적외선의 비율 변화는 나무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양분을 위쪽으로 길게 자라는 곳이 이용하게끔 하는 신호로 작용한다. 반면 다른 나무에 의해 빛이 가려지지 않은 채로 직접 태양빛을 받으면 Pfr 형태의 피토크롬이 많아져 위쪽으로 자라는 생장은 억제되고 곁가지가 많이 생겨 옆쪽으로 퍼지게 된다.
증산작용이나 특정 효소들의 합성 등 식물체 내에서 일어나는 많은 작용들은 하루 동안 주기적으로 변한다. 이러한 주기적 변화의 일부는 밤낮의 24시간 주기에 따른 빛의 수준과 온도, 상대습도의 변화에 대한 반응이다. 식물을 빛과 온도, 습도 등을 완벽하게 조절할 수 있는 생육장치에서 키움으로써 이러한 외부 요인들을 조절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요인들이 변하지 않는 인위적인 조건에서도 기공의 개폐와 광합성 관련 효소들의 합성 등 식물체 내의 많은 생리작용들은 24시간 주기를 가지고 계속적으로 변한다. 예를 들어 많은 콩과식물들의 잎은 저녁에는 아래로 처지고 아침에는 위로 들려진다. 콩과식물은 24시간의 주기가 없는 항상적인 광조건이나 암조건에서도 이러한 수면운동을 계속하며 이는 잎이 단지 태양의 뜨고 지는 것에 대해 반응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 약 24시간 주기를 갖고 반복되며 다른 외부 요인들에 의해 직접적으로 그 주기가 조절되지 않는 것을 일주기성 리듬(circadian rhythm)이라 하며 모든 진핵세포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된다. 라틴어의 circa는 '대략'이라는 뜻이며 dies는 하루를 의미한다. 사람의 맥박과 혈압, 체온 세포분열 속도, 혈구수, 민첩성, 소변함유물, 물질대사율, 성적충동, 약물에 대한 반응 등이 모두 하루를 주기로 그 정도가 반복된다.
식물이 수분을 도와주는 곤충이 없을 때 꽃을 피우거나 낙엽수가 한겨울에 잎을 만든다고 상상해 보라. 계절마다 일어나는 일들은 식물들의 생활사에 매우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종자의 발아와 개화, 눈의 휴면 시작과 종료는 모두 연중 특정 시기에 일어나는 것이다. 식물의 1년 중 특정 시기를 인지하기 위해서 가장 자주 사용하는 외부 자극은 밤과 낮의 상대적인 길이인 광주기이다. 개화 등 광주기에 대한 생리적 반응을 광주기성(photoperiodism)이라고 한다.
1940년대에 과학자들은 개화나 그 외 광주기에 대한 반응들이 실제로는 낮의 길이가 아니라 밤의 길이에 의해서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알아냈다. 많은 과학자들은 낮의 길이가 16시간 이하가 되어야(밤의 길이가 최소 8시간은 되어야) 꽃을 피우는 단일식물인 도꼬마리를 가지고 실험하였다. 광주기에서 낮의 기간 중 잠깐 동안 암처리를 하여도 개화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지만 밤의 기간 중 단 몇 분 동안의 희미한 빛을 비추어도 도꼬마리는 꽃을 피우지 않았고 이후 다른 단일 식물에서도 마찬가지임이 밝혀졌다. 단일식물이란 실제로 장야식물(long-night plant)이라고 불려야 하지만 단일식물이라는 용어가 식물생리학 분야에서 너무 확고하게 자리 잡고 있다. 장일과 단일을 구분할 때 단지 절대적인 밤의 길이에 따르는 것이 아니라 개화를 위한 임계 밤 길이가 최대 시간으로 설정되면 장일식물, 최소 시간으로 설정되면 단일식물이 된다는 것을 명심하자. 두 가지 경우 모두 밤 길이의 임계점은 각 식물종에 따라 다양하다.
식물은 밤의 길이를 매우 정확하게 인지한다. 단일식물 중 일부는 밤의 길이가 임계 길이보다 1분이라도 짧으면 꽃을 피우지 않는다. 매년 동일한 날짜에 꽃을 피우는 식물도 있다. 식물은 밤의 길이를 측정해서 1년 중 어느 계절인지를 인식하는 데 생체시계를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되며 이 생체시계는 피토크롬에 의해 동조되는 것으로 보인다. 화훼산업에서는 바로 이러한 지식을 제철이 아닌 꽃을 생산하는데 이용한다. 예를 들어, 국화는 가을에 꽃을 피우는 단일식물이지만 밤 중간에 빛을 비추어 매일매일의 긴 밤을 두 개의 짧은 밤으로 나누면 개화를 다음 해 5월에 있는 어버이날까지 지연시킬 수 있다.
식물의 접목을 이용한 몇몇의 오래된 실험으로 개화자극은 개화가 유도된 식물에서 유도되지 않은 식물로 접목된 가지 부분을 통해 이동할 수 있음이 밝혀졌다. 뿐만 아니라 잎에서 개화를 자극하는 신호를 보내도록 하는 광주기 조건은 단일식물과 장일식물에서 다르지만 그 신호 자체는 동일할 것으로 추정된다. 화성소(florigen)라고 불리는 개화신호물질은 70년 이상의 노력에도 아직까지 화학적으로 밝혀지지는 않았으며 그 이유는 아마 식물학자들이 작은 호르몬 같은 물질에만 집중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앞에서 기술한 바와 같이 mRNA나 단백질 같이 커다란 거대분자들은 원형질연락사를 통해 심플라스트 경로를 따라 이동하여 식물의 발달을 조절할 수 있다. 화성소가 거대분자 중 하나일까? 식물학자들은 최근 이러한 가능성에 대한 실험결과를 놓고 흥분하고 있다. 애기장대는 장일식물로서 꽃을 피우기 위해 CONSTANS 유전자를 필요로 한다. 코넬 대학교의 아이레(Brian Ayre)와 터젼(Robert Turgeon)은 애기장대는 잎에서 CONSTANS가 발현되어야만 꽃을 피운다는 것을 알아냈으며 이는 화성소가 잎에서 만들어진다는 이전의 관찰들과 일치한다. 또한 이들은 다음과 같은 실험을 통해 개화신호전달에 있어서 CONSTANS의 역할에 관한 확실한 증거를 제시하였다. 즉, CONSTANS 단백질을 만들어 내지 못하는 애기장대의 가지를 CONSTANS 단백질을 잎에서 합성할 수 있는 애기장대를 대목으로 하여 접가지로 접목하였다. 그 결과 CONSTANS 혹은 이와 결합하는 인자가 접목 부위를 거쳐 CONSTANS 단백질을 가지고 있지 않던 식물부분으로 이동하여 개화를 유도하였다. 가장 최근의 결과에 의하면 CONSTANS가 잎에서 FLOWERING LOCUS T(FT) 유전자의 발현을 유도하고 이렇게 발현된 FT 단백질이 정단 분열조직으로 이동하여 개화를 유도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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