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몬은 개체의 한 부분에서 매우 소량 합성되고 다른 부위로 이동하여 그곳에서 특정 수용체와 결합하여 표적세포나 조직에서 반응을 유발하는 물질이다. 동물에서 호르몬은 일반적으로 순환계를 통해 이동하며 이것은 호르몬이라는 용어의 정의에 포함된다.
호르몬이라는 개념은 동물을 대상으로 하는 연구에서 생겨났으며 1900년대 초반기에 식물생리학자들에 의해 식물에 도입되었다. 그러나 현대 식물학자들은 동물생리학자들에 의해 정의된 좁은 의미로 식물의 생리현상을 설명하기에는 너무 제한이 많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식물에는 호르몬 같은 신호물질을 운반할 혈액이나 순환계가 없다. 게다가 식물 호르몬으로 간주되는 몇 가지 신호물질은 지역적으로 작용한다.
식물의 성장과 발달의 모든 면은 일정 정도 호르몬에 의해 조절된다. 하나의 호르몬이 놀라울 정도로 다양한 세포수준의 작용과 개체의 발달 과정을 조절할 수 있으며 또한 여러 호르몬이 함께 작용하여 하나의 과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식물에서 화학신호 전달자라는 개념은 줄기가 어떻게 빛에 반응하는가라는 일련의 오래된 실험들에서 나왔다. 창문가에 놓인 식물의 줄기는 빛을 향해 자란다. 이 식물을 돌려놓으면 식물은 생장 방향을 바꾸어 잎들은 다시 창문 쪽을 향하게 된다. 자극에 대해서 양의 방향이나 음의 방향으로 전체 식물의 기관 등이 굽게 되는 생장 반응을 굴성(tropism)이라고 한다. 줄기가 빛을 향해 자라는 것을 양성 굴광성(phototropism)이라고 하고 빛에서 멀어지는 방향으로 자라는 것을 음성 굴광성이라고 한다.
다윈과 그의 아들은 1800년대 말엽에 굴광성에 대한 최초의 실험들을 수행하였다. 그들은 곡류의 유식물들은 자엽초의 정단 부위가 존재하는 경우에만 빛을 향해 휘어지는 것을 관찰하였다. 즉, 정단 부위가 제거되면 자엽초는 휘지 않았으며 불투명한 물질로 정단 부위를 감싸는 경우에도 빛을 향해 휘는 현상은 관찰되지 않았다. 투명한 물질로 정단 부위를 감싸는 경우나 불투명한 물질로 자엽초 정단 아랫부분을 감싸는 경우에는 빛을 향해 휘어지는 현상에 이상이 생기지 않았다. 따라서 이들은 빛을 인지하는 부위는 바로 자엽초의 정단부라고 결론지었다. 또한 휘어지는 반응이 일어나는 곳은 정단부 자체가 아니라 아래쪽으로 조금 떨어진 곳에서 일어나는 것을 바탕으로 특정 신호물질이 자엽초 정단부에서 신장이 일어나는 부위로 이동한다고 설명하였다. 몇십 년에 지난 후 덴마크의 보이센-옌센은 이 신호물질이라는 것이 이동할 수 있는 화학물질임을 실험을 통해 보여주었다.
1926년 네덜란드의 대학원생 벤트는 보이센-옌센의 실험을 응용하여 굴광성에 관여하는 화학물질을 추출하였다. 벤트는 자엽초 정단 부위를 떼어내어 한천 조각 위에 올려놓았다. 그는 정단 부위의 화학물질이 한천 조각으로 확산되어 들어가게 되고 그렇게 되면 이 한천 조각이 자엽초 정단 부위를 대신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였다. 자엽초의 중앙에 조각을 올려놓은 경우 자엽초는 똑바로 생장하였으며, 한쪽으로 치우쳐 올려놓은 경우에는 빛을 향해 굽는 것처럼 한쪽으로 휘면서 자라기 시작했다. 벤트는 한천 조각이 자엽초 정단 부위에서 합성되는 화학물질을 함유하게 되었고 이 화학물질이 아래쪽으로 자엽초로 흘러내려가 생장을 촉진했다고 생각했다. 이때 생장을 촉진하는 화학물질이 빛이 조사되는 반대쪽에 높은 농도로 존재하여 결국 빛을 향해 휘어지게 되었다고 결론지었다. 벤트는 이 화학물질, 혹은 호르몬을 옥신(auxin)이라고 이름 지었으며 이는 '증가'라는 의미의 그리스어에서 유래하였다.

식물 호르몬은 매우 낮은 농도로 합성되지만 미량의 호르몬이 식물의 생장과 발달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이것은 호르몬 신호가 증폭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호르몬은 유전자의 발현을 변화시키거나 이미 존재하고 있던 효소들의 활성을 조절하거나 세포막의 성질을 변화시킴으로써 작용한다. 이러한 작용으로 미량의 호르몬에 반응하여 세포의 물질대사와 발달이 바뀌게 된다. 신호전달경로는 호르몬 신호를 증폭시키고 세포의 특정 반응을 유발한다.
일반적으로 호르몬들은 세포의 분열과 신장, 분화 등에 영향을 미쳐 식물의 생장과 발달을 조절한다. 일부 호르몬들은 외부자극에 대한 단시간의 반응에 관여하기도 한다. 각각의 호르몬들은 작용하는 장소와 농도, 식물의 발달단계에 따라 다양한 효과를 나타낸다.
옥신은 현화식물(flowering plant)에서 다양한 기능을 갖지만 일반적으로 자엽초의 신장을 촉진하는 화학물질을 옥신이라고 한다. 비록 옥신이 최초로 발견된 식물 호르몬이지만 아직도 옥신 신호전달과 옥신 생합성 조절에 관해 알려지지 않은 것도 매우 많다. 일반적으로 옥신은 세포신장의 촉진과 곁뿌리 형성 등 다양한 효과를 보여준다.
옥신의 가장 중요한 기능 중 하나는 어린줄기에서 세포의 신장을 촉진하는 것이다. 산성생장설(acid growth hypothesis)이라는 모형에 따르면 옥신에 의한 세포신장에 양성자 펌프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신장이 일어나는 부위에서 옥신은 세포막의 양성자 펌프를 자극하고 이 양성자 펌프가 H⁺를 퍼내면 세포막을 사이에 둔 전압이 증가하게 되고 수 분 내에 세포벽의 산도가 낮아진다. 세포벽의 산성화로 인해 익스팬신(expansin)이라는 효소가 활성화 되며, 이 효소는 세포벽을 구성하고 있는 셀룰로오스 미세섬유와 다른 여러 구성요소들 사이의 수소결합을 끊어서 세포벽의 섬유들이 느슨해지게 한다. 익스팬신은 셀룰로오스로만 이루어진 거름종이의 강도도 약화시킬 수 있다. 막전위의 증가로 인해 세포 내로 흡수되는 이온이 증가하고 결국 삼투압에 의해 물이 세포 내로 유입하게 되어 팽압이 증가한다. 팽압의 증가와 세포벽 소성의 증가로 인해 세포가 신장할 수 있게 된다.
조직배양에서 식물세포의 성장과 발달을 유도하는 물질을 찾고자 하는 노력으로 시토키닌(cytokinin)이 발견되었다. 1940년대 뉴욕의 콜드스프링 하버 연구소에서 일하던 오버빅은 커다란 코코넛 씨의 액상 배유인 코코넛유를 식물세포배양배지에 첨가하면 식물 배의 생장이 촉진되는 것을 발견하였다. 10년이 지난 후 미국 위스콘신-메디슨 대학교의 스쿠그와 밀러는 분해된 DNA를 처리하여 배양담배세포의 분열을 유도할 수 있었다. 두 실험에서 모두 공통적으로 존재하는 유효성분은 핵산의 성분 중 하나인 아데닌이 변형된 형태의 물질이었다. 이 생장조절물질은 세포분열(cytokinesis)을 촉진하므로 시토키닌이라고 이름 붙여졌다.
시토키닌은 활발히 생장하는 조직, 특히 뿌리와 배, 과일에서 만들어진다. 시토키닌은 옥신과 함께 작용하여 세포분열을 촉진하고 분화에 영향을 준다. 조직배양 중인 세포에서 시토키닌의 효과는 식물체에서 이 호르몬이 어떻게 작용할 것인가에 대한 단서를 제공해 줄 수 있다. 시토키닌 없이 줄기의 유조직을 배양하면 세포들은 매우 크게 자라나지만 분열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옥신을 함께 처리하면 세포들은 분열하며 이때 시토키닌 단독으로는 효과를 나타내지 않는다.
시토키닌은 일부 식물기관에서 단백질의 분해를 억제하고 RNA와 단백질 합성을 촉진하며 또한 주변세포로부터 양분의 유입을 유도하여 노화를 지연시킨다. 잎을 줄기에서 떼어내 시토키닌이 들어 있는 용액에 띄우면 시토키닌이 없는 용액이 띄운 경우에 비해 훨씬 오랫동안 초록색을 유지한다. 시토키닌은 줄기에 붙어 있는 잎의 노화를 더디게 할 수 있어 화훼시장에서 꽃을 신선하게 유지하기 위해 뿌려주기도 한다.
1900년대 초 아시아의 농부들은 그들의 논에서 일부 벼들이 키가 크고 허약해서 성숙되어 꽃이 피기도 전에 쓰러지는 것을 보았다. 1926년, 일본 식물병리학자인 구로사와는 이러한 질병의 원인균인 지베렐라(Gibberella)속에 속하는 곰팡이를 발견하였다. 1930년대까지 일본 과학자들은 이 곰팡이가 특정 화학물질을 분비하여 벼 줄기의 길이신장을 유발하였음을 알게 되었고 그 물질을 지베렐린(gibberellin)이라고 명명하였다. 1950년대에 과학자들은 식물 역시 지베렐린을 합성할 수 있음을 알았고 그 후부터 지금까지 자연계의 식물체에서 100가지 이상의 지베렐린이 발견되었다.
지베렐린은 주로 뿌리와 어린잎에서 합성된다. 지베렐린은 잎과 줄기의 생장을 촉진하며 뿌리의 생장에는 뚜렷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줄기 신장을 촉진하는 지베렐린의 효과는 난쟁이 표현형을 보이는 식물에 처리할 때 명확히 관찰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멘델이 실험에 이용하였던 완두를 포함한 키가 작은 완두에 지베렐린을 첨가하면 정상적인 키를 갖는다.
과일이 열리기 위해서는 옥신과 함께 지베렐린이 반드시 필요하다. 지베렐린의 가장 대표적인 상업적 이용은 톰슨의 씨 없는 포도에서 볼 수 있다.
브라시노스테로이드(brassinosteroid)는 동물에서 발견되는 콜레스테롤이나 성호르몬과 화학적으로 유사하다. 이 호르몬은 매우 낮은 농도에서 줄기나 유식물의 세포 신장과 분열을 유도한다. 또한 잎이 떨어지는 것을 지연시켜 주며 물관의 발달을 촉진한다. 이러한 효과는 옥신과 유사해 식물생리학자들은 오랫동안 브라시노스테로이드가 옥신의 일종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몇 가지 분자생물학적 증가를 바탕으로 브라시노스테로이드가 새로운 식물 호르몬으로 자리를 잡았다.
샌디에고에 있는 솔크 연구소의 코리와 동료들은 암소에서 키워도 빛을 주고 키운 식물과 유사한 형태를 띠는 애기장대 돌연변이체에 관심을 가졌다. 그들은 동물에서 스테로이드 합성에 관여하는 효소와 유사한 효소를 암호화하고 있는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일어나 있음을 알아냈으며 이 돌연변이체에 브라시노스테로이드를 처리하면 정상적인 형태를 띠는 것을 보여주었다.
1960년대 낙엽수에서 눈의 휴면과 잎의 탈락이 일어나기 직전에 일어나는 화학물질들의 변화에 관해 연구하던 연구팀과 목화 실면의 탈락에 선행해서 일어나는 화학적 변화를 연구하던 팀이 동일한 화합물 앱시스산(abscisic acid, ABA)을 분리하였다. 그러나 ABA는 현재 눈의 휴면이나 잎의 탈락에 일차적인 역할을 하지는 않고 다른 중요한 기능을 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 지금까지 이야기하였던 옥신이나 시토키닌, 지베렐린, 브라시노스테로이드 등의 생장촉진 호르몬과는 달리 ABA는 생장을 더디게 한다. ABA는 종종 생장 호르몬 작용에 반작용을 나타내 최종적으로 나타나는 생리적 변화는 ABA와 그 외 하나 이상의 생장 호르몬들과의 상대적인 농도비율에 의해서 결정된다.
ABA의 중요한 두 가지 기능은 종자의 휴면과 내건성이다. 종자의 휴면은 어린 식물의 생존에 적절한 빛과 온도, 습도 등의 환경하에서만 발아할 수 있게 해준다. 무엇이 가을에 뿌려진 종자가 곧바로 발아하여 결국 추운 겨울 날씨 때문에 죽는 것을 막아주는가? 무슨 기작이 이 종자가 봄에 발아하게 해주는가? 또한 어둡고 습기가 있는 과일 속에서 종자의 발아를 억제하는 것은 무엇인가? 바로 ABA이다. 종자의 성숙 과정에서 ABA 수준은 약 100배 정도 증가한다. 성숙 중인 종자에서 고농도의 ABA는 발아를 억제하고 성숙 시 동반되는 탈수 과정에 견딜 수 있도록 도와주는 특정 단백질들의 합성을 유도한다.
또한, ABA는 식물이 가뭄에 견딜 수 있게 해주는 일차적인 내부 신호이다. 식물이 수분 부족으로 시들게 되면 ABA가 잎에서 축적되어 기공을 닫게 함으로써 증산을 줄이고 더 이상의 수분 손실을 막아준다. 어떤 경우에는 수분이 부족할 때 잎에서 감지하기도 전에 뿌리가 감지하여 뿌리에서 ABA가 잎으로 이동하여 경고를 하기도 한다. 쉽게 시드는 여러 돌연변이체들의 경우 대개는 ABA 합성에 문제가 있다.
길가의 가로등에 석탄가스가 이용되었던 1800년대에 가스관에서의 가스누출로 인해 가로등 근처의 나무에서는 잎들이 일찍 떨어지는 것이 알려져 있었다. 1901년에 러시아 과학자 넬류보프는 바로 이 현상이 석탄가스에 있는 에틸렌(ethylene) 때문임을 보여주었다. 이후 에틸렌이 식물 호르몬이라는 주장이 받아들여졌다.
식물은 가뭄과 침수, 상처, 감영 등의 자극에 대한 반응으로 에틸렌을 합성한다. 또한 과일이 성숙할 때 합성되며 고농도의 옥신 처리에 의해서도 합성이 유도된다. 뿌리신장의 억제 등 앞에서 언급된 많은 효과는 옥신에 의해 합성이 유도되는 에틸렌에 의한 것이기도 하다.
에틸렌은 삼중반응(triple response)이라는 유식물의 생장에 있어서 변화를 유발하여 줄기가 돌과 같은 장애물을 피해가게 한다. 이 반응은 세 가지로 줄기신장 속도의 감소와 줄기를 강하게 해주는 줄기의 비후화, 그리고 줄기가 옆으로 자라게끔 해주는 줄기의 휘어짐 현상이다. 줄기가 계속 자라면서 정단 부위는 때때로 위쪽을 건드린다. 이때 딱딱한 물체를 감지하면 또다시 에틸렌이 합성되고 줄기는 계속 옆으로 자란다. 그러나 정단 부위가 위쪽을 건드렸을 때 딱딱한 물체가 없는 경우 에틸렌 합성은 감소하고 장애물이 없어진 줄기는 정상적인 위쪽 방향으로 생장이 다시 재개된다. 줄기를 수평으로 자라게 하는 것은 물리적인 자극 자체가 아니라 에틸렌이다. 즉, 물리적인 자극이 없는 정상적인 유식물에 에틸렌을 처리하면 삼중반응을 보인다.
에틸렌은 식물의 노화와도 관련되어 있다. 아폽토시스(apoptosis)라는 예정세포사 과정은 세포의 일생에서 매우 바쁜 시기로 새로운 유전자들의 발현이 필요하다. 세포나 기관, 혹은 식물체 전체의 예정세포사 때는 거의 항상 에틸렌 합성이 급격히 증가한다.
나무에서 떨어지는 낙엽은 뿌리가 물을 제대로 흡수할 수 없는 계절에 나무가 마르지 않도록 도와준다. 가을에 낙엽이 질 때 부러지는 부위는 잎자루의 가장 아래 부위에 있는 탈리층이다. 잎의 무게와 바람으로 인해 탈리층에서 세포 간 분리가 일어나며, 잎이 떨어지기 전에 벌써 줄기 쪽의 탈리층에서 코르크층이 형성되어 병원균이 식물체에 침입하는 것을 방지한다. 에틸렌과 옥신의 상대적인 농도 변화로 인해 잎의 탈리를 조절하게 된다. 잎이 오래되면 합성되는 옥신의 양이 감소하면서 탈리층 세포들의 에틸렌 민감도가 증가하게 된다.
과일의 성숙도에도 에틸렌이 관여한다. 덜 익은 과일은 시큼하고 딱딱하며 녹색을 띰으로써 발달 중인 종자를 포식자로부터 보호한다. 그러나 과일이 익은 후에는 종자를 퍼뜨리기 위해 동물들을 유인한다. 과일의 성숙은 에틸렌 합성의 갑작스런 증가에 의해 유도된다. 세포벽 성분의 분해로 인해 과일이 연질화되고 녹말과 산이 당으로 전환되어 과일이 단맛을 갖게 된다. 또한 새로운 향기와 새로운 색깔도 동물에게 '익은 과일'임을 알려주어 그들로 하여금 과일을 먹고 씨를 퍼뜨리게 한다.
| 식물이 마주치는 다양한 외부 자극 (0) | 2026.01.09 |
|---|---|
| 식물의 빛에 대한 반응과 생존 (0) | 2026.01.08 |
| 식물의 환경 신호 인지와 신호전달 (0) | 2026.01.06 |
| 식물 육종과 생명공학의 진화 (0) | 2026.01.05 |
| 무성생식의 기작과 농업적 활용 (0) | 2026.01.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