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식물의 환경 신호 인지와 신호전달

생명과학

by HtoHtoH 2026. 1. 6. 15:12

본문

모든 개체는 특정 외부 신호를 인지하여 생존과 번식에 유리한 방향으로 반응한다. 예를 들어, 자외선에 민감한 광수용체를 가지고 있는 벌의 경우 사람이 전혀 볼 수 없는 벌유인선을 꽃잎에서 볼 수 있다. 식물 역시 주변 환경의 변화를 감지할 수 있는 세포수용체를 가지고 있어 생장호르몬 농도의 증감과 애벌레가 갉아먹어서 생긴 잎의 상처, 겨울이 다가옴에 따라 줄어드는 낮의 길이 등 다양한 변화를 인지한다.

자극에 대해 반응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일부 세포들이 반드시 자극의 영향을 받을 분자인 적절한 수용체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우리가 꽃에서 자외선을 반사하는 벌유인선을 볼 수 없는 것은 우리 눈에 자외선 광수용체가 없기 때문이다. 자극을 받으면 수용체는 신호전달 과정이라는 일연의 생화학 과정을 시작하는데 이로써 인지가 반응으로 연결된다. 식물은 다양한 자극을 감지할 수 있으며 각각의 자극은 특정 신호전달 과정을 유발한다.

부엌의 찬장 구성에 방치되어 있는 감자를 예로 들어보자. 감자는 특수화 된 지하줄기로 덩이줄기(tuber)라 불리며 보통 방치된 감자는 '눈'(곁눈)이라는 곳에 싹이 나와 있다. 그러나 이 싹은 식물의 일반적인 새싹과는 닮지 않았다. 녹색의 넓은 잎과 튼튼한 줄기가 아니라 이 식물들은 매우 창백한 줄기를 갖고, 잎은 펼쳐져 있지 않으며 뿌리는 제대로 뻗어 있지 않다. 이처럼 암 상태에서 생장할 때 보이는 형태적 적응을 총칭하여 황화현상(etiolation)이라고 한다. 자연 상태의 어린 감자가 땅속에서 싹을 틔울 때 항상 암 상태라는 것을 생각하면 이러한 적응을 이해할 수 있다. 땅속에서 잎이 넓게 펼쳐진다면 줄기가 토양을 뚫고 나오기가 어려울 것이다. 또한 잎이 넓게 펼쳐져 있지 않고 땅속에 있으므로 증산작용을 통한 수분의 손실이 거의 없기 때문에 수분의 보충을 위한 뿌리의 발달은 그다지 필요치 않다. 광합성에 필요한 빛이 없으므로 초록색의 엽록소를 만드는 데 에너지를 쓴다면 이 또한 낭비일 것이다. 대신 암 상태에서 자라는 감자는 대부분의 에너지를 줄기의 신장을 위해 사용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덩이줄기의 양분이 고갈되기 전에 줄기가 지표면을 뚫고 나오게 한다. 황화반응은 어떻게 식물의 형태와 생리가 외부의 자극과 내부 신호 사이의 복잡한 상호작용을 통해서 변화하는 환경에 항상적으로 조화를 이루는지를 보여주는 예이다.

어린싹이 태양빛을 받게 되면 식물은 탈황화(de-etiolation), 다른 말로 녹화(greening)라고도 하는 변화를 겪게 된다. 줄기 신장률은 감소하고 잎이 펼쳐지며 뿌리가 자라고 어린싹에서는 엽록소가 합성되어 일반적인 식물을 닮아간다. 이 탈황화의 예를 통해 식물세포가 받은 신호(여기에서는 빛)를 어떻게 전달하여 반응(녹화)을 유도하는가를 보도록 하자. 이와 함께 돌연변이체를 이용한 연구가 어떻게 세포의 신호전달 과정 전체, 즉 인지와 전달, 반응 과정에서 여러 분자들이 하는 역할을 밝히는 데 기여했는지에 관해서도 서술할 것이다.

 

인지

신호는 특정한 자극에 의해서 구조가 변화하는 단백질인 수용체에 의해서 처음 인지된다. 탈황화에 관련된 수용체는 피토크롬이라는 광수용체로서 추후 자세히 다루도록 하겠다. 세포막에 존재하는 다른 여러 수용체들과는 달리 탈황화에 관여하는 피토크롬은 세포질에 존재한다. 과학자들은 탈황화에 피토크롬이 필요하다는 것을 감자와 매우 유연관계가 깊은 토마토를 재료로 하여 증명하였다. Aurea 돌연변이 토마토는 정상보다 낮은 수준의 피토크롬을 가지고 있으며 빛을 비추었을 때 야생형의 경우보다 녹화가 덜 일어난다. (Aurea라는 이름은 바로 황금색을 의미하는 라틴어에서 온 것이다. 엽록소가 없으면 카로티노이드라는 노란색의 식물색소가 보다 뚜렷이 보이게 된다.)  과학자들은 다른 식물의 피토크롬을 Aurea 잎세포에 주입한 후 빛을 비추었을 때 정상적인 탈황화가 일어남을 보임으로써 피토크롬이 탈황화 과정에서 빛을 인지하는 기능을 수행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전달

수용체는 매우 약한 환경신호나 화학신호에도 민감하다. 탈황화 반응 중 일부는 매우 낮은 수준의 빛에 의해서도 유도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몇 초 동안의 달빛에 해당하는 수준의 빛은 암소에서 키운 귀리 유식물의 줄기 신장을 느리게 하는데 충분하다. 어떻게 이렇게 매우 약한 신호에서 오는 정보가 증폭되고 전달되어 특정 반응들을 유발하는가? 그 해답은 2차 신호전달자(second messenger)이다. 이는 식물체 내부에서 만들어지는 작은 화학물질로서 수용체로부터 반응을 유발하는 단백질에 신호를 증폭해 전달한다. 예를 들어, 탈황화 과정에서 활성화된 피토크롬 분자 각각은 수백 분자의 2차 신호전달자를 자극하고 다시 2차 신호전달자 각각은 수백 분자의 특정 효소를 활성화시킬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신호전달경로에서 2차 신호전달자는 신호를 재빨리 증폭할 수 있다. 

빛을 받으면 피토크롬은 구조적으로 변화하여 2차 신호전달자인 고리형 GMP(cGMP)와 Ca²⁺의 수준을 증가시킨다. GMP의 기능 중 하나는 다양한 단백질인산화효소들을 활성화시키는 것이며 이 단백질인산화효소에는 매우 다양한 종류의 효소가 있고 이들은 특정 단백질의 특정 위치에 인산기를 결합시키는 인산화를 통해 그 단백질의 활성에 영향을 미친다. cGMP를 Aurea 토마토 잎 세포에 주입하면 피토크롬의 주입이 없이도 탈황화반응이 어느 정도 유도된다. 세포질 내 Ca²⁺ 농도의 변화 역시 피토크롬 신호전달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다. 세포질 내 Ca²⁺ 농도는 보통 약 10⁻⁷M로 매우 낮다. 활성화 된 피토크롬은 Ca²⁺ 통로를 열어 일시적으로 세포질 내 Ca²⁺ 농도를 약 100 정도 증가시킨다. 신호전달의 또 다른 경우에서는 cGMP와 세포질 내 Ca²⁺이 특정 이온통로와 세포 골격계 관련 단백질, 단백질인산화효소를 포함한 다양한 효소들의 활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반응

신호전달 과정은 궁극적으로 하나 이상의 세포 내 활동을 조절하게 된다. 대부분의 경우 자극에 대한 이러한 반응은 특정 효소들의 활성증가와 관련되어 있다. 신호전달경로가 효소를 활성화시키는 방법에는 전사조절과 전사 후 수식화라는 두 가지 기작이 있다. 전사조절을 통해 효소를 암호화하고 있는 유전자의 mRNA 합성을 증가 혹은 감소시킬 수 있으며 번역 후 수식화 과정은 이미 존재하고 있던 효소를 활성화시킨다.

전사조절

특정 전사인자(specift transcription factor)라는 단백질은 특정 DNA 부위에 결합하여 그 유전자의 전사를 조절한다. 피토크롬에 의한 탈황화의 경우 여러 전사인자들이 적절한 광 조건에 대한 반응으로 인산화됨으로써 활성화된다. 이러한 전사인자들의 활성화에는 cFMP나 Ca²⁺ 등이 관여한다.

특정 신호가 생물체의 발생을 조절하는 것은 특정 유전자의 전사를 증가시키는 촉진제 혹은 감소시키는 억제제 혹은 두 가지 특성을 모두 띠고 있는 전사조절인자를 통해서이다. 예를 들어, 어떤 애기장대 돌연변이체는 암 상태에서 생장할 때에도 색이 희다는 것 외에는 잎이 펼쳐져 있으며 짧고 튼튼한 줄기를 갖는 등 빛을 주고 키운 형태를 갖는다. 이들이 녹색을 띠지 않는 것은 엽록소 생성의 마지막 단계에 빛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돌연변이체들은 빛에 의해 활성화되는 유전자들의 발현을 억제하는 전사인자에 이상이 생긴 것이다. 이러한 전사인자들이 돌연변이로 제거되면 정상적인 경우에 억제되고 있던 경로가 활성화된다. 따라서 옅은 색을 띠는 것만 제외하면 빛에서 자란 것처럼 보이게 되는 것이다.

단백질의 번역 후 수식화

탈황화 과정에서 전사와 번역에 의한 새로운 단백질들의 합성이 중요할 뿐 아니라 이미 존재하고 있던 단백질의 활성변화 또한 중요하다. 대개의 경우 단백질은 특정 아미노산의 인산화로 단백질의 소수성과 활성에 변화가 유발됨으로써 활성이 조절된다. cGMP 등의 2차 신호전달자와 피토크롬 등의 일부 수용체들은 단백질인산화효소들을 직접 활성화시킨다. 종종 하나의 단백질인산화효소는 제2의 단백질인산화효소를 인산화시키며 이 인산화효소는 제3의 단백질인산화효소를 인산화시키고 제4, 5의 단백질인산화효소들이 인산화된다. 이러한 인산화효소들의 연쇄적 조절은 결국 전사인자들의 인산화를 통해 최초의 자극을 유전자 발현 수준에서의 반응으로 연결시킨다. 이러한 기작을 통해 다양한 신호전달경로는 특정 유전자들의 발현을 유도하거나 억제함으로써 새로운 단백질들의 합성을 조절하게 된다.

신호전달경로는 처음 주어졌던 자극이 없어지면 중지된다. 예를 들어, 감자를 다시 찬장 속에 집어넣는다면 어떻게 될지 상상해 보라. 특정 단백질에서 인산기를 제거할 수 있는 단백질탈인산화효소가 이러한 신호전달의 중지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따라서 모든 순간 세포의 활동은 이러한 단백질인산화효소와 단백질탈인산화효소 활성의 균형에 의해서 조절된다고 할 수 있다. 

식물의 환경 신호 인지와 신호전달
단백질 번역 후 수식화

탈황화 '녹화' 단백질

탈황화 과정 동안 어떤 종류의 단백질들이 새롭게 만들어지거나 인산화를 통해 활성화되는가? 많은 것들이 광합성에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효소들이며 또한 엽록소 합성에 필요한 전구물질을 제공해 주는 데 관여하는 효소들이다. 이밖에 식물의 생장을 조절하는 호르몬의 수준에 영향을 미치는 단백질들도 있다. 예를 들어, 줄기의 신장을 촉진하는 두 식물호르몬, 옥신과 브라시노스테로이드의 수준은 피토크롬 활성화에 따라 감소한다. 이러한 감소로 인해 탈황화 과정에서 줄기신장률이 감소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탈황화 과정의 근저에 있는 생화확적 변화들이 얼마나 복잡한가를 보여주기 위해 감자의 탈황화반응과 관련된 신호전달을 자세히 설명하였다. 모든 식물호르몬과 모든 외부자극들은 상당히 복잡한 하나 이상의 신호전달경로를 유발한다. 토마토 Aurea 돌연변이체의 경우처럼 돌연변이체 연구와 분자생물학적 방법의 통합은 과학자들이 이러한 다양한 신호전달경로들을 규명하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 그러나 분자생물학은 식물에 관한 오랫동안의 생리학 및 생화학적 연구의 바탕 위에서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이다. 다음에서 볼 수 있듯이 생물학자들은 고전적인 관찰과 실험을 통해서 화학신호물질인 호르몬이 바로 식물의 생장과 발달의 내부 조절인자라는 사실을 인지하기 시작했다.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