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몸의 모든 세포는 생존을 위해 산소(O₂)를 필요로 한다. 특히 뇌세포는 산소 공급이 단 몇 분만 차단되어도 회복 불가능한 손상을 입고 사멸할 정도로 산소에 극도로 민감하다. 이처럼 치명적인 상황을 방지하고, 변화하는 신체 요구량에 맞춰 산소를 끊임없이 공급하기 위해 포유류는 고도로 진화한 심혈관계를 보유하고 있다. 본 글에서는 포유류 순환계의 전체적인 경로와 심장의 구조, 박동의 원리, 그리고 이를 조절하는 정교한 메커니즘을 심층적으로 분석한다.
1. 포유류 순환계의 여정: 폐순환과 체순환의 통합
포유류의 순환계는 폐순환과 체순환이 완전히 분리된 이중 순환 구조를 가진다. 혈액이 심장을 출발하여 온몸을 돌고 다시 돌아오는 과정은 다음과 같은 12단계의 정교한 경로를 거친다.
1-1. 폐순환 고리 (Pulmonary Circuit)
우심실의 수축: 저산소 혈액이 폐동맥을 통해 폐로 발사된다.
폐 모세혈관망: 폐포를 둘러싼 모세혈관에서 가스 교환이 일어난다. 혈액은 산소를 얻고 이산화탄소를 방출하며 고산소 혈액으로 변한다.
폐정맥과 좌심방: 고산소 혈액은 폐정맥을 통해 심장의 좌심방으로 들어온다.
1-2. 체순환 고리 (Systemic Circuit)
좌심실로의 이동: 혈액은 좌심방에서 좌심실로 내려간다.
대동맥 진입: 좌심실의 강력한 수축으로 고산소 혈액이 대동맥으로 분출된다.
관상동맥 분지: 대동맥의 첫 번째 분지인 관상동맥은 심장 근육 자체에 산소를 공급한다.
상체 공급: 대동맥의 윗부분 분지를 통해 머리와 팔(앞다리)의 모세혈관망으로 혈액이 흐른다.
하체 공급: 대동맥은 복부로 내려가 간, 소화기, 신장 등 복부 기관과 다리(뒷다리)의 모세혈관망으로 혈액을 보낸다.
모세혈관 교환: 조직 세포와 혈액 사이에서 확산에 의한 물질 교환이 일어난다. 산소는 세포로, 이산화탄소는 혈액으로 이동하며 혈액은 다시 저산소 상태가 된다.
1-3. 심장으로의 회귀
상대정맥: 머리와 팔에서 온 저산소 혈액이 상대정맥으로 모인다.
하대정맥: 하체와 복부 기관에서 온 혈액이 하대정맥으로 집결한다.
우심방 도착: 두 대정맥이 우심방에 도달함으로써 순환의 한 주기가 마무리되며, 혈액은 다시 우심실로 이동하여 다음 여정을 준비한다.
심장
2. 포유류 심장의 구조와 역학
포유류의 심장은 가슴뼈 뒤편에 위치하며, 주먹 정도의 크기를 가진 강력한 근육 펌프다. 심장은 크게 네 개의 방(2심방 2심실)으로 나뉘며, 각 부위는 기능에 최적화된 구조를 가진다.
2-1. 심방과 심실의 차이
심방(Atria): 정맥을 통해 들어오는 혈액을 받아들이는 곳이다. 근육층이 비교적 얇은데, 이는 혈액을 바로 아래에 있는 심실로만 보내면 되기 때문이다.
심실(Ventricles): 혈액을 폐나 온몸으로 뿜어내는 역할을 하므로 심방보다 훨씬 두꺼운 근육층을 가진다. 특히 좌심실은 온몸으로 혈액을 보내야 하는 높은 저항을 이겨내야 하므로 우심실보다 근육이 월등히 두껍고 강력하다.
2-2. 심장주기와 심박출량
심장이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는 리듬을 심장주기(Cardiac cycle)라 한다.
수축기(Systole): 심장 근육이 수축하여 혈액을 밖으로 내보내는 시기다.
이완기(Diastole): 심장 근육이 이완되어 혈액이 심장 내부로 채워지는 시기다.
신체 조직에 공급되는 혈액의 양을 결정하는 지표는 심박출량(Cardiac output)이다. 이는 다음 공식으로 계산된다.
Cardiac Output = Heart Rate× Stroke Volume
보통 성인의 일회박출량은 약 70mL이며, 휴식 시 분당 박동수가 72회라면 심박출량은 약 5L/min에 달한다. 이는 신체 전체 혈액량과 맞먹는 양으로, 격렬한 운동 시에는 최대 5배까지 증가할 수 있다.
3. 혈류의 일방통행: 심장 판막의 역할
심장에는 혈액의 역류를 막아 일정한 방향으로 흐르게 하는 4개의 판막이 존재한다. 이들은 결합조직으로 구성된 정교한 문과 같다.
3-1. 방실판막(AV valve)과 반달판막
방실판막: 심방과 심실 사이에 위치한다(삼첨판, 이첨판). 심실이 수축할 때 닫혀 혈액이 심방으로 역류하는 것을 방지한다. 강한 섬유질 끈에 고정되어 있어 압력에 의해 뒤집어지지 않는다.
반달판막: 심실과 대동맥/폐동맥 사이에 위치한다. 심실이 이완될 때 동맥의 높은 압력에 의해 혈액이 심실로 되돌아오는 것을 막는다.
3-2. 심장 소리와 잡음
청진기로 들리는 "두-끈(Lub-Dup)" 소리는 판막이 닫힐 때 혈액이 부딪히며 나는 진동음이다.
첫 번째 소리(Lub): 방실판막이 닫힐 때 발생한다.
두 번째 소리(Dup): 반달판막이 닫힐 때 발생한다.
만약 판막이 완전히 닫히지 않아 혈액이 새면 심장잡음(Heart murmur)이라는 비정상적인 소리가 들리게 된다. 이는 선천적일 수도 있고 감염에 의한 후천적 증상일 수도 있으나, 대부분의 경우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지는 않는다.
4. 심장 박동의 자율성과 전기적 조절
포유류 심장의 가장 놀라운 특징은 외부 신경의 자극 없이도 스스로 뛴다는 점이다. 이는 심장 내부에 특화된 자율주기성 세포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4-1. 박동원: 동방결절(SA node)
우심방 벽에 위치한 동방결절은 심장의 천연 페이스메이커다. 이곳에서 시작된 전기 신호는 간극연접을 통해 심방 근육 전체로 퍼져나가 두 심방을 동시에 수축시킨다. 이 전기적 활동은 피부 표면까지 전달되어 심전도(ECG/EKG)로 기록될 수 있다.
4-2. 방실결절(AV node)과 신호 전달 경로
동방결절의 신호는 방실결절에 도달한다. 이곳에서 신호는 약 0.1초간 지연되는데, 이는 심실이 수축하기 전에 심방의 혈액이 충분히 심실로 들어갈 시간을 벌어주는 중요한 장치다. 지연된 신호는 히스다발과 푸르키녜 섬유를 타고 심실 끝까지 전달되어 심실을 강력하게 수축시킨다.
5. 외부 요인에 의한 심박수 조절
심장은 스스로 뛰지만, 신체 상황에 맞춰 그 속도를 조절하는 외부 신호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자율신경계:교감신경은 위기 상황이나 운동 시 심박수를 높여 산소 공급을 늘리고, 부교감신경은 휴식 시 심박수를 낮춰 에너지를 절약한다.
호르몬: 부신에서 분비되는 에피네프린(아드레날린)은 '싸움-도망' 반응의 일환으로 심박수를 즉각적으로 증가시킨다.
체온: 온도에 따른 화학 반응 속도의 변화로, 체온이 1°C 상승할 때마다 분당 박동수는 약 10회 정도 증가한다.
결론: 쉼 없는 생명의 엔진
포유류의 심혈관계는 폐순환과 체순환의 완벽한 분리, 판막에 의한 효율적인 혈류 제어, 그리고 동방결절에 의한 자율적인 리듬 유지를 통해 1분 1초도 쉬지 않고 산소를 운반한다. 뇌세포의 사멸을 막기 위한 이 치열한 박동은 단순한 물리적 펌프질을 넘어, 신경계와 내분비계가 협력하여 빚어낸 생물학적 정교함의 극치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