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을 포함한 포유류의 소화계는 '입에서 항문까지 이어지는 하나의 긴 관(영양관)'과 이를 돕는 '부속샘'들로 구성된다. 소화 과정은 단순히 배고픔을 달래는 행위를 넘어, 물리적·화학적 작용을 통해 외부의 에너지를 생체 분자로 전환하는 복잡한 시스템이다.
음식 처리는 입안에 음식이 들어오기 전, 시각과 후각 자극에 의한 신경 반사로 이미 시작된다.
입은 물리적 분쇄와 화학적 분해가 동시에 일어나는 장소다. 이빨은 음식물을 갈아 표면적을 넓히고, 혀는 음식물을 평가하여 둥근 모양의 덩어리(Bolus)를 만든다.
목구멍(인두)은 공기가 지나는 길(기관)과 음식이 지나는 길(식도)이 교차하는 위험한 지점이다.
위는 약 2L까지 늘어날 수 있는 유연한 주머니로, 음식을 저장하고 강력한 산성 용액으로 단백질 소화를 본격화한다.
위액은 pH 약 2에 달하는 강산성 물질인 염산(HCl)을 포함한다.
위가 자신의 단백질 벽을 소화하지 않는 비결은 '비활성 분비'에 있다.
소장은 길이가 6m에 달하며, 대부분의 화학적 분해와 영양분 흡수가 이루어지는 가장 중요한 구간이다.
위에서 내려온 산성 유미즙은 십이지장에서 부속샘의 소화액과 섞인다.

소장의 내벽은 테니스장 면적에 달하는 거대한 표표면적을 가진다.
수용성 영양분은 모세혈관으로 직접 들어가 간문맥을 타지만, 지방은 다르다.
소장에서 흡수된 영양분이 풍부한 혈액은 간문맥(Hepatic portal vein)을 통해 간으로 먼저 모인다. 간은 우리 몸의 화학 공장으로서 두 가지 핵심 기능을 수행한다.
대장은 결장, 맹장, 직장으로 구성되며, 주 기능은 물의 재흡수와 노폐물의 저장이다.
매일 약 7L의 소화액이 분비되는데, 대장은 이 중 90% 이상의 물을 재흡수한다. 이는 능동적인 물 펌프가 아니라, 이온을 펌핑하여 만든 삼투압 차이에 의한 수동적 이동이다. 이 과정이 너무 빠르면 변비가 생기고, 염증으로 인해 방해받으면 설사가 발생한다.
결장에는 대장균을 포함한 수많은 세균이 살고 있다. 이들은 사람이 소화하지 못한 유기물을 먹고 살며, 부산물로 비타민 K, 비오틴, 엽산 등을 생성하여 사람에게 제공한다.
직장은 대변이 배설될 때까지 저장하는 창고다. 항문의 괄약근 중 하나는 자율신경계에 의한 불수의근이고, 다른 하나는 우리가 조절할 수 있는 수의근이다. 이들의 조화로운 작용을 통해 배설이 이루어진다.
인간의 소화계는 단순한 물리적 통로가 아니다. 위산의 공격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정교한 타이밍, 300m²에 달하는 거대한 흡수 면적, 그리고 미생물과의 전략적 제휴까지 포함된 고도로 진화된 시스템이다. 이 정교한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것은 우리의 건강을 유지하고 생명의 역동성을 체감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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