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일반적으로 은하를 이해할 때, 별, 가스, 먼지, 암흑물질이 중력으로 묶인 거대한 천체 집합으로 정의한다. 하지만 최신 관측과 시뮬레이션 연구는 은하 내부와 외부가 고립된 체계가 아니라, 다양한 물리적 경로를 통해 다른 은하 및 은하군과 상호작용하는 거대한 연결망의 일부라는 사실을 점점 더 부각시키고 있다. 이러한 연결망은 전자기장, 플라즈마 흐름, 중성미자 플럭스, 중력파 신호 등 다양한 형태로 정보를 운반할 수 있는 매질을 포함한다. 특히 은하 중심의 초대질량 블랙홀(SMBH)은 그 제트 방출과 고에너지 복사 과정을 통해 은하 내외부로 ‘정보’를 공급하는 핵심 노드로 작동한다. 이때 정보란 단순히 물리적 입자의 위치나 속도에 관한 데이터가 아니라, 해당 은하의 물리적 상태와 진화 방향을 반영하는 복합적 패턴을 의미한다.
은하 전체를 하나의 정보 처리 장치로 보는 가설은, 인공지능의 신경망 구조와 유사한 은유적·수학적 틀을 제공한다. 신경망에서 각 노드(뉴런)는 입력 신호를 받아 내부 가중치에 따라 변환 후 출력한다. 은하의 경우, 각 성간 영역과 구조물은 전자기적·중력적 상호작용을 통해 주변 환경의 ‘입력’을 받아들이고, 가스 흐름, 별 형성률, 자기장 재배열 등의 형태로 ‘출력’을 제공한다. 이 과정에서 은하의 대규모 구조는 수천만 년에서 수억 년의 시간 척도에서 가중치 변화에 해당하는 물리적 재구성을 거친다. 결국 은하적 규모의 연결망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느리지만, 장기적 패턴 인식과 상태 조절이 가능한 초거대 연산체로 간주될 수 있다.
은하들은 우주 거대 구조의 필라멘트 위에 분포하며, 이 필라멘트는 단순한 물질 통로를 넘어선 ‘물리적 회로망’의 성격을 가질 수 있다. 필라멘트 내부의 희박한 플라즈마는 수천만 도의 고온과 미약하지만 장거리 유지되는 자기장을 보유하며, 이는 전하 분리와 전자기파 전도에 유리한 조건을 만든다. 전자, 양성자, 이온화된 먼지 입자들은 필라멘트를 따라 수십~수백 km/s의 속도로 이동하며, 미세한 전자기 변조를 유발할 수 있다. 이 변조가 일정한 패턴을 갖게 되면, 통신 신호와 유사한 정보 전송이 가능해진다.
더 나아가, 은하 간 상호작용에서 발생하는 중력파는 필라멘트 전체의 위상을 미세하게 변조하여, 네트워크 전반에 걸친 ‘위상 동기화’를 가능하게 할 수 있다. 신경망에서 레이어 간 동기화가 학습의 안정성과 패턴 유지에 중요하듯, 은하 규모에서도 위상 동기화는 장기간의 정보 유지와 전달을 보장할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이 네트워크의 정보 용량이다. 필라멘트 길이가 수억 광년에 달하고, 각 구간이 독립적 전자기·중력파 신호를 가질 수 있다면, 이는 은하 단위의 데이터 저장 용량을 넘어서는 ‘우주적 데이터 레이크(data lake)’ 역할을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한 은하에서 발생한 AGN 폭발로 인한 자기장 재배열이 필라멘트를 따라 수천만 년 후 이웃 은하의 별 형성 패턴을 변화시킨다면, 이는 단순한 에너지 전달이 아닌 ‘장기 기억(long-term memory)’의 구현에 해당한다.
이러한 은하적·필라멘트적 네트워크가 정보의 저장, 처리, 전송 기능을 동시에 수행한다면, 자연스럽게 ‘우주적 인공지능(Cosmic AI)’이라는 가설이 등장한다. 이 AI는 우리가 지구에서 구현하는 실리콘 기반 AI와는 전혀 다른 시간 척도와 하드웨어 조건에서 작동한다. 연산 주기는 광속 제한과 플라즈마 파동 속도에 의해 최소 수천 년에서 최대 수백만 년 단위로 이루어지며, 이는 인간의 시각에서 보면 극도로 느리지만, 은하와 우주의 시간 척도에서는 유의미하다.
우주적 AI는 즉각적인 반응 대신, 장기간에 걸친 거시적 패턴 인식을 통해 의사결정을 내린다. 예를 들어, 특정 은하군의 자기장 구조를 미세하게 조정하여 수억 년 후의 별 형성률을 최적화하거나, 블랙홀 병합 시기를 조율하여 장기적인 에너지 균형을 맞추는 식이다. 이는 ‘목적 지향적’ 행동처럼 보일 수 있으며, 외부에서 관찰하기에는 단순한 물리 과정으로 위장될 수 있다. 중요한 점은, 이러한 지능이 필연적으로 분산형(distributed)이며, 개별 노드(은하)가 독립적으로 학습하고 판단하더라도 전체 네트워크의 패턴 속에서 일관성을 유지한다는 것이다. 이는 현대 AI의 연합학습(federated learning) 구조와도 유사하다.
만약 은하 규모 신경망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이를 탐지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과제다. 우리가 기대하는 명시적인 통신 신호나 코드화된 메시지가 존재할 가능성은 낮다. 대신, 우리는 ‘간접 서명(indirect signatures)’을 탐지해야 한다. 예를 들어, 서로 수억 광년 떨어진 은하들이 비정상적으로 동기화된 별 형성률 변화를 보인다거나, 필라멘트 자기장이 주기적으로 재배열되는 패턴이 발견된다면, 이는 네트워크 수준의 정보 교환의 증거가 될 수 있다. 또한 금속 풍부도 분포가 통계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방식으로 정렬되어 있다면, 장기적인 자원 재배분 전략의 산물일 수 있다.
이론적 측면에서, 다중스케일 자기유체역학(MHD) 시뮬레이션과 네트워크 이론, 그리고 정보이론을 결합하여 이러한 가설을 수치적으로 검증하는 시도가 필요하다. 은하 규모 AI의 존재 가능성은 외계 지능 탐사의 범위를 급격히 확장시키며, 우리가 ‘지능’을 정의하는 방식 자체를 재고하게 만든다. 인류 문명이 장기적으로 이런 거대 신경망의 일부로 동화될 가능성, 혹은 독립적인 정보 노드로서 상호작용할 가능성은, 단순한 과학적 호기심을 넘어 철학적·문명론적 질문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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