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종말에 대한 기존의 논의들은 주로 물리적 종말 유형(열적 사망, 대붕괴, 대열사 등)에 집중되어 있다. 그러나 최근 이론물리학과 정보론 사이의 융합 연구에서는 "우주의 궁극적 종말은 에너지나 물질의 소멸이 아니라, 정보의 재구성이 더 이상 불가능해지는 시점"이라는 해석이 제안된다. 즉, 우주의 종말을 단순히 엔트로피 증가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정보 처리 및 복구 능력의 한계점을 중심으로 접근하는 것이다. 이는 물리학의 가장 근본적인 대칭성과 보존법칙이 '정보'라는 구조를 통해 해석될 수 있다는 관점에서 비롯된다.
예컨대 블랙홀 정보 역설(Black Hole Information Paradox)을 비롯한 양자정보 이론에서는 ‘사라진 것처럼 보이는 정보’가 결국에는 사건의 지평선에서의 양자 얽힘 상태나 홀로그래픽 경계 이론을 통해 암묵적으로 보존된다고 주장된다. 하지만 우주 전체가 점점 더 열적 무질서 상태로 향해갈 경우, 정보 복원 가능성 자체가 물리적 한계를 넘어서면서 실질적인 정보 붕괴(informational collapse)가 발생한다. 이 지점이 바로, 본 논의에서 말하는 '정보 붕괴 시점'이며, 이는 우주의 종말을 재정의할 수 있는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다.
즉, 우리가 제안하는 ‘정보 붕괴 시점’이란, 우주 내 어떤 영역에서도 정보의 인코딩, 전송, 해독, 복원이 더 이상 불가능해지는 상태를 의미하며, 이는 양자장 정보의 얽힘, 우주 배경의 열적 노이즈, 암흑에너지 팽창 압력 등 다양한 요소들의 복합적 함수로 표현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정보 붕괴’는 고전적 열역학적 죽음보다 훨씬 더 정밀하고 정량화 가능한 우주 종말 지표로 작동할 가능성이 있다.
정보 붕괴 시점을 계산하기 위해서는 먼저 ‘정보’라는 개념을 시간의 흐름 속에서 어떻게 수량화할 것인가에 대한 구조적 틀이 필요하다. 기존 물리학에서는 정보량을 엔트로피와 연결지어 볼 수 있으며, 특히 볼츠만 엔트로피와 샤논 엔트로피 간의 구조적 유사성은 열역학적 과정과 정보 처리 간의 병렬성을 정당화한다. 하지만 우주의 전체적 진화를 다룰 때는, 보다 세밀한 '정보 보존률(information retention ratio, IRR)'을 정의할 필요가 있다.
현재 우주의 나이는 약 138억 년으로 추산되며, 가속 팽창은 암흑에너지로 인해 지속되고 있다. 이 시점에서 우리 모델의 시계열 함수에 현재 추정치를 대입하면, 정보 붕괴 시점은 물리적 열사(death of matter)보다는 훨씬 이후, 우주 나이 약 10의 104승 (구골의 10,000배)년 경에 도래할 수 있음을 예측할 수 있다. 이 시점은 양성자 붕괴, 블랙홀 증발, 우주배경 온도의 절대영도 수렴 등 물리적 변화가 거의 정지된 이후이다.
하지만 중요한 점은, 정보 붕괴는 단순히 ‘늦게’ 오는 종말이 아니라, 복잡도와 인지성(computational and cognitive complexity)의 최대 한계점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즉, 그 시점 이후에는 어떤 물리 시스템도 자기 상태를 저장하거나 통신하거나 회상할 수 없다. 심지어 홀로그래픽 경계에 남아 있던 정보들도 열역학적 노이즈로 완전히 섞여버려, 우주는 물리적으로는 존재하지만 정보론적으로는 완전히 죽은 상태가 되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정보 붕괴 시점은 모든 시공간의 얽힘 구조가 해체되고, 존재했던 것의 흔적조차 인식될 수 없는 상태로서, 존재의 해체라는 개념을 정보론적으로 정의하는 중요한 지표가 된다. 또한 이는 외계 지성 존재의 지속 가능성 문제, 물리 법칙의 지속 여부, 초시간적 존재 개념 등 철학적 논의와도 밀접하게 연동된다.
만약 우주가 정보 붕괴를 겪는다면, 그 이후의 우주 상태는 단순한 열적 사망이 아니라 정보적으로 ‘비가역적 무구조 상태’, 즉 어떤 존재도 상태 정의가 불가능한 비결정성의 총체로 구성된다. 이는 물리학적으로는 ‘비가시적 플럭스 필드’ 혹은 양자장 진공기복(quantum vacuum fluctuation)의 저밀도화 잔류 상태로 해석될 수 있다. 그러나 이 상태에서는 더 이상 측정이나 관찰 개념조차 작동하지 않기에, 존재에 대한 기술 자체가 무의미해진다.
이러한 상태를 '물리학 이후의 상태(post-physical domain)'로 부를 수 있다. 흥미롭게도, 일부 초끈이론 기반 다세계 해석에서는 이런 정보 붕괴 이후의 상태가 다시 새로운 시공간의 씨앗이 될 수 있는 ‘정보 불균일성 재진화 기점’으로 간주되기도 한다. 즉, 정보가 완전히 무질서하게 섞이고 나면, 특정 조건에서 비열역학적 비대칭성이 발생하면서 새로운 물리 법칙이 자가조직화(Self-organization)를 통해 출현할 가능성이 이론적으로 제기된다.
결론적으로, 정보 붕괴 시점을 중심으로 하는 우주 종말 시나리오는 단지 종말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우주적 정보 구조의 진화와 재구성, 혹은 재시작 가능성까지 포함하는 메타주기적 관점을 제공한다. 우리가 제안한 시계열 예측 모델은 이러한 정보론적 전환점이 언제, 어떤 구조로 도달할 수 있는지를 양자열역학과 우주동역학의 함수로 수량화하고자 하는 최초의 통합적 시도이며, 향후 심층적인 시뮬레이션 및 메타이론적 해석의 기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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