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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한 가능성의 수학: 지수적 모형으로 본 개체군 생장의 동학

생명과학

by HtoHtoH 2026. 2. 13.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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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학적 세계에서 개체군의 크기는 결코 정체되어 있지 않다. 환경이 허락하는 한, 생명은 자신의 복제본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리려는 본능적인 경향성을 지닌다. 개체군 생태학의 핵심은 바로 이러한 수적 변화를 정량화하고 예측하는 데 있다. 특히 자원이 풍부하고 포식이나 질병과 같은 제약 요인이 없는 이상적인 환경 조건에서 개체군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설명하는 지수적 모형(Exponential Model)은 모든 생장 연구의 이론적 기틀이 된다. 본 글에서는 개체당 증가율의 수학적 정의부터 시작하여, 기하급수적 급증이 만드는 지수적 생장의 생태적 의미와 그 한계점을 심층적으로 고찰한다.


1. 개체당 증가율(Per Capita Rate of Increase): 생장 모형의 수학적 기초

개체군의 크기가 시간에 따라 어떻게 변하는지 이해하기 위해선, 먼저 개체군에 개체를 추가하거나 제거하는 기본적인 생물학적 사건들에 집중해야 한다. 이입과 이출이 무시될 수 있는 격리된 개체군을 가정할 때, 개체군 크기의 변화는 오직 출생과 사망에 의해 결정된다.

1-1. 변화율의 기본 방정식

특정 시간 간격(Δt) 동안 개체군 크기(N)의 변화량(ΔN)은 다음과 같은 수식으로 시작한다.

 

ΔN / Δt = B - D

 

여기서 B는 해당 기간 동안 발생한 총 출생 수이고, D는 총 사망 수이다. 하지만 개체군의 크기가 제각각인 상황에서 총 출생 수와 사망 수만으로는 개체군의 '생장 잠재력'을 객관적으로 비교하기 어렵다. 따라서 생태학자들은 이를 개체당 수치로 변환하여 분석한다.

1-2. 개체당 출생률과 사망률

개체당 평균 출생 수(per capita birth rate)를 b, 개체당 평균 사망 수(per capita death rate)를 m이라고 정의하자. 이 수치들을 사용하면 총 출생 수 BbN으로, 총 사망 수 DmN으로 치환할 수 있다. 이를 앞선 변화율 식에 대입하면 다음과 같다.

 

ΔN / Δt = bN - mN

 

ΔN / Δt = (b - m)N

1-3. 개체당 증가율 r의 정의

여기서 (b - m)은 개체당 출생률에서 사망률을 뺀 값으로, 이를 개체당 증가율(per capita rate of increase), 기호로는 r로 나타낸다.

  • r > 0: 개체군이 성장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 r < 0: 개체군이 감소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 r = 0: 출생률과 사망률이 같아 개체군 크기에 변화가 없는 상태로, 이를 제로 인구 성장(Zero Population Growth, ZPG)이라고 부른다.

생물학적으로 r은 해당 종이 주어진 환경에서 얼마나 효율적으로 자손을 남기고 생존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미분 형식을 빌려 아주 짧은 순간의 변화를 나타내면, 개체군 생장 식은 다음과 같은 정교한 형태를 갖추게 된다.

 

dN / dt = rN


2. 지수적 생장(Exponential Growth): 제약 없는 팽창

지수적 생장은 개체군이 자원을 선점하기 위해 경쟁할 필요가 없고, 공간이나 먹이가 무한히 제공되는 이상적인 상황에서 발생한다. 이 모델에서 r은 개체군의 크기에 상관없이 일정하게 유지된다고 가정한다.

2-1. J-자형 곡선의 특징

지수적 생장 모델을 그래프로 그리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가팔라지는 J-자형 곡선(J-shaped curve)이 나타난다.

  • 누적적 효과: 지수적 생장의 흥미로운 점은 개체당 증가율(r)이 일정하더라도, 개체군 자체(N)가 커짐에 따라 실제로 추가되는 개체 수(dN/dt)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는 것이다. 마치 복리 이자가 붙는 예금처럼, 초기에는 완만하게 증가하다가 임계점을 넘어서면 폭발적인 수치로 치솟게 된다.
  • r 값의 차이: r 값이 클수록 곡선의 기울기는 훨씬 더 빨리 가팔라진다. 미생물처럼 번식 속도가 빠른 종은 완만한 증가기를 거의 거치지 않고 바로 수직 상승에 가까운 생장 곡선을 그린다.

2-2. 내적 증가율(r)

모든 생물은 최적의 조건(풍부한 먹이, 적절한 온도, 포식자 부재 등)에서 도달할 수 있는 최대의 개체당 증가율을 가진다. 이를 내적 증가율(Intrinsic rate of increase) 또는 r라고 한다.

  • 종별 차이: r는 종의 생활사 전략에 따라 결정된다. 한 번에 수만 개의 알을 낳는 어류나 분열 속도가 빠른 세균은 매우 높은 r를 가지는 반면, 임신 기간이 길고 한 번에 한 마리의 새끼만 낳는 대형 포유류는 낮은 r를 가진다.

2-3. 실제 자연계에서의 지수적 생장

이상적인 환경은 영원히 지속될 수 없기에, 지수적 생장은 대개 일시적인 현상으로 관찰된다.

  1. 새로운 서식지 유입: 외래종이 천적이 없는 새로운 환경에 처음 정착했을 때, 혹은 화재나 홍수 이후 공간이 비어있는 곳에 선구종이 들어왔을 때 폭발적인 지수적 생장이 일어난다.
  2. 개체군 복원: 멸종 위기에 처해 숫자가 극도로 적어졌던 종이 강력한 보호 정책을 통해 자원이 풍부한 환경에 놓이게 되면, 초기에는 지수적 모형을 따르며 급격히 회복된다.
    • 사례: 남아프리카공화국 크루거 국립공원의 코끼리 개체군은 20세기 초 사냥 금지 조치 이후 수십 년 동안 지수적 생장을 보였다. 하지만 결국 개체수가 너무 많아지자 초목을 파괴하고 서식지를 훼손하는 등 환경에 심각한 부하를 주게 되었고, 이후 인위적인 조절이 필요하게 되었다.

무한한 가능성의 수학: 지수적 모형으로 본 개체군 생장의 동학
크루거 국립공원 코끼리


3. 지수적 모형의 과학적 의의와 한계

지수적 생장 모형은 비록 현실 세계의 모든 복잡성을 담아내지는 못하지만, 생태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통찰을 제공한다.

  • 예측 가능성: 이 모델은 개체군이 제약 없이 자랄 경우 도달할 수 있는 '잠재적 수치'를 계산하게 해준다. 이는 전염병의 초기 확산 속도를 예측하거나, 해충의 폭발적 증가를 경고하는 데 유용하게 쓰인다.
  • 진화적 맥락: 높은 r 값을 가진 개체가 자연 선택에서 유리할 수 있음을 수학적으로 보여준다.
  • 한계와 전환: 현실에서 자원은 반드시 고갈된다. 개체수가 늘어나면 먹이 경쟁이 심화되고, 노폐물이 축적되며, 질병이 퍼지기 쉽다. 이러한 '밀도 의존적' 제약 요인들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이 지수적 모형의 한계다. 생태학자들은 이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환경 수용력(K)이라는 개념을 도입한 로지스틱 생장 모형으로 연구를 확장해 나간다.

결론: 무한한 생장과 유한한 지구

지수적 생장 모형은 생명이라는 존재가 가진 폭발적인 에너지를 수학이라는 언어로 번역한 것이다. 단 한 마리의 세균이 조건만 맞으면 단 몇 시간 만에 수억 마리로 불어날 수 있다는 사실은 생명의 복제 능력이 얼마나 경이로운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하지만 J-자형 곡선이 보여주는 가파른 상승은 동시에 우리에게 경고를 보낸다. 무한한 지수적 생장은 결국 유한한 자원이라는 물리적 벽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 그리고 인류 문명 또한 이 지수적 생장의 단계에서 시작하여 현재는 환경적 제약과 공존해야 하는 로지스틱한 현실에 직면해 있다. 지수적 모형을 이해하는 것은 우리가 자연의 본능적인 팽창 속도를 인지하고, 지속 가능한 공존을 위한 '제동 장치'가 왜 필요한지를 깨닫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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