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뇌는 수십억 개의 신경세포와 이를 지지하는 아교세포가 얽혀 있는 가장 복잡한 기관이다. 과거에는 정신질환이나 퇴행성 뇌 질환을 단순히 추상적인 '마음의 병' 혹은 노화의 피할 수 없는 결과로 치부했으나, 현대 신경과학은 이러한 질환들이 분자 수준에서 발생하는 명확한 생물학적 기전에 근거함을 밝혀냈다. 특정 신경전달물질의 과잉이나 결핍, 비정상적인 단백질의 응집, 그리고 뇌 회로의 물리적 변형은 인간의 사고와 행동, 그리고 운동 능력을 파괴하는 중추신경계 질환의 핵심 원인이다. 본 고에서는 조현병, 우울증, 약물 중독, 알츠하이머병, 파킨슨병의 분자적 배경을 심층 분석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줄기세포 치료의 가능성을 고찰한다.
조현병은 환각, 망상, 사고 장애 등을 특징으로 하는 복합적인 정신질환이다. 이 질환의 분자적 기전은 주로 신경전달물질의 불균형으로 설명된다.
조현병 연구의 가장 고전적인 이론은 도파민 가설이다. 뇌의 특정 부위, 특히 변연계 경로(Mesolimbic pathway)에서 도파민 활성이 과도해질 때 환각이나 망상과 같은 '양성 증상'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반면, 전두엽 피질 경로(Mesocortical pathway)에서의 도파민 활성 저하는 인지 기능 저하나 감정 둔마와 같은 '음성 증상'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임상에서 사용하는 항정신병 약물들은 주로 도파민 D₂ 수용체를 차단하여 과도한 신호를 억제하는 원리로 작용한다.
최근에는 도파민뿐만 아니라 흥분성 신경전달물질인 글루탐산의 역할도 주목받고 있다. 특히 NMDA 수용체의 기능 저하가 조현병의 병태생리에 깊이 관여한다는 가설이다. NMDA 수용체의 기능이 떨어지면 억제성 뉴런인 GABA 뉴런의 활성이 줄어들고, 결과적으로 다른 신경망의 과도한 흥분이나 부조화를 초래하여 조현병 특유의 사고 해체 현상을 일으키는 것으로 분석된다.
우울증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흔한 정신질환 중 하나로, 기분 조절에 관여하는 분자 경로의 기능 장애로 발생한다.
우울증의 가장 지배적인 이론은 세로토닌, 노르에피네프린, 도파민과 같은 모노아민계 신경전달물질의 결핍이다. 특히 세로토닌은 감정과 수면, 식욕을 조절하는 핵심 물질인데, 시냅스 틈새에서 이들의 농도가 낮아지면 우울감이 유발된다. 이를 근거로 개발된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SRI)는 세로토닌의 재흡수를 막아 시냅스 내 농도를 높임으로써 증상을 완화한다.
단순한 화학적 불균형을 넘어, 만성적인 스트레스가 뇌의 구조적 변화를 일으킨다는 연구가 활발하다. 우울증 환자의 경우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의 부피가 감소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뇌 유래 신경영양인자(BDNF)의 수치 저하와 관련이 있다. BDNF는 신경세포의 생존과 시냅스 형성을 돕는 단백질로, 항우울제 치료는 궁극적으로 BDNF의 발현을 높여 위축된 신경 회로를 회복시키는 신경 가소성 과정을 유도한다.
약물 중독은 뇌의 보상 회로가 외부 물질에 의해 비정상적으로 강력하게 자극되어 발생하는 만성적인 뇌 질환이다.
인간은 생존에 유리한 활동(음식 섭취, 번식 등)을 할 때 복측 피개구역(VTA)에서 측좌핵(Nucleus Accumbens)으로 도파민을 분출하여 쾌감을 느낀다. 코카인이나 암페타민과 같은 중독성 약물은 이 경로에 직접 작용하여 자연적인 자극보다 수십 배 강한 도파민 분출을 유도한다.
약물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뇌는 과도한 도파민 자극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도파민 수용체의 수를 줄이거나 민감도를 낮춘다. 이를 하향 조절이라 한다. 결과적으로 중독자는 일상적인 즐거움에는 무감각해지며, 더 강한 자극을 원하게 되는 '내성'과 약물이 없을 때 극도의 고통을 느끼는 '금단 현상'에 빠지게 된다. 이는 시냅스 가소성이 병적인 방향으로 고착된 결과이다.
알츠하이머병은 노인성 치매의 가장 큰 원인으로, 뇌 내부에 비정상적인 단백질이 쌓이면서 신경세포가 죽어가는 질환이다.
세포막 단백질인 APP가 비정상적으로 절단되면서 생성되는 베타-아밀로이드(β-amyloid) 단백질은 세포 외부에서 응집되어 '플라크(Plaque)'를 형성한다. 이 응집체는 신경세포 간의 통신을 방해하고 면역 반응을 유도하여 신경 세포를 손상시킨다.
세포 내부에서는 미세소관의 안정성을 유지하는 타우(Tau) 단백질이 비정상적으로 과인산화되어 자기들끼리 엉키는 현상이 발생한다. 이로 인해 세포 내 운송 체계가 붕괴되고 결국 신경세포는 안쪽에서부터 파괴된다. 이러한 단백질 변형은 해마에서 시작되어 전두엽과 두정엽으로 확산되며 광범위한 인지 기능 상실을 초래한다.

파킨슨병은 근육의 떨림, 경직, 느린 움직임 등을 특징으로 하는 운동 장애 질환이다.
운동 조절의 중추인 중뇌의 흑질(Substantia nigra) 부위에서 도파민을 생성하는 뉴런들이 사멸하면서 발생한다. 도파민이 부족해지면 기저핵 회로의 균형이 깨져 대뇌 피질로 전달되는 운동 신호가 억제된다.
파킨슨병 환자의 뇌세포 안에서는 알파-시누클레인이라는 단백질이 비정상적으로 뭉친 루이소체(Lewy bodies)가 발견된다. 이 단백질 응집체가 어떻게 도파민 뉴런만을 선택적으로 죽이는지에 대한 분자적 기전 규명은 현재 파킨슨병 치료 연구의 핵심 과제 중 하나이다.
손상된 중추신경계는 재생 능력이 거의 없기 때문에, 소실된 뉴런을 외부에서 보충해주려는 시도가 바로 줄기세포 치료이다.
줄기세포는 특정 기능을 가진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특히 파킨슨병처럼 특정 부위(흑질)의 특정 세포(도파민 뉴런)가 죽는 질환에 줄기세포 치료는 매우 효과적인 전략이 될 수 있다. 배아줄기세포나 유도만능줄기세포(iPSC)를 도파민 뉴런으로 분화시켜 환자의 뇌에 이식함으로써 기능을 회복시키는 방식이다.
줄기세포는 직접 뉴런으로 분화하는 것 외에도, 성장인자나 사이토카인을 분비하여 주변의 손상된 세포를 보호하고 염증을 억제하는 환경을 조성하기도 한다. 이는 알츠하이머병처럼 광범위한 부위가 손상되는 질환에서 신경 퇴행 속도를 늦추는 보조적인 치료법으로 연구되고 있다.
줄기세포가 이식된 부위에서 기존의 복잡한 신경 회로망과 올바르게 '시냅스 연결'을 맺을 수 있는지가 최대 관건이다. 또한 이식된 세포가 암세포로 변하지 않도록 하는 안전성 확보도 필수적이다. 최근에는 환자 자신의 체세포를 이용해 iPSC를 만듦으로써 면역 거부 반응을 최소화하는 맞춤형 치료법이 임상 시험 단계에 진입하고 있어 미래 지향적인 치료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중추신경계 질환은 더 이상 미지의 영역이 아니다. 조현병과 우울증의 화학적 불균형, 알츠하이머와 파킨슨의 단백질 변성 기전이 규명됨에 따라 질환의 근본 원인을 표적으로 하는 정밀 의학이 가능해지고 있다. 특히 줄기세포 기술은 손상된 조직을 되살릴 수 없다는 뇌 과학의 오랜 금기를 깨뜨리고 있다.
중추신경계 질환을 분자 수준에서 이해하는 것은 환자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해소하고 생물학적 치료의 길을 여는 첫걸음이다. 뇌는 유전과 환경의 상호작용이 빚어낸 분자들의 전장이며, 이 전장에서 일어나는 비정상적인 반응을 바로잡는 것이 미래 신경과학과 의학의 궁극적인 목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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